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미술여행]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39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카라바조.
자유 분방한 그는 독특한 인생을 살게 된다. 여러 차례 감옥을 오가고 사람들과 자주 말 다툼을 한다. 그는 처음 부터 사회에 길들여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 빚어진 갈등를 복수의 칼날이 되어 돌아 오게 되고 길거리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그의 나이 겨우 39살!
하지만 그 짧은 인생 살이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감출 수 없었다. 어두운 배경 조차도 덮을 수 없는 한줄의 빛줄기 처럼 바로크의 시작을 알린다.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도 그의 영향을 받게 된다.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미술여행]
나르시스(나르키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다. 요정(에코라고도 함)에게 무관심한 나르시스의 태도에 화가 난 요정은 질투의 여신에게 간청하게 된다.
"나르시스로 하여금 참사랑에 눈 뜨게 해주시고, 동시에 그 사랑에서 즉시 깨어지도록 해주세요."
얼마 후...
나르시느는 목이 말라 샘을 갔다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잡으려고 손을 뻗어 보지만 결국 잡을 수 없던 그는 결국 지쳐 샘에 빠져 죽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수선화가 피게 된다.
카라바조는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매료되는 장면을 작품으로 남겼다.
검은 배경으로 인해 튀어나온 무릎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들어갈 듯한 자세와 뭔가에 사로잡힌 표정, 입술은 약간 벌리고 있다. 힘없는 표정과 고요함은 곧 다가올 죽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이미 한 손을 뻗어 물에 담갔지만 파장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얼굴을 잘 볼 수 있다. 하지만 물 속에 비친 모습은 아름답기 보다는 무척이나 우울하고 나이 들어 보인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니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 생각났다.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1939. 9.
어쩌면 카라바조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재능에 자신 조차도 매료될 만큼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 보면 세상의 군상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사람임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나르키소스라는 작품에 담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아도취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
하지만 카라바조의 나르시스는 그런 자아도취가 아니다.
오히려 늙음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암담함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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