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 vs 로마 판테온과 라오콘상 [경주여행:가을추천여행코스]
경주 석굴암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판테온과 라오콘상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이 비교를 통해 한국 관광지의 현 주소를 고발하고자 한다. '과연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오겠는가?'
가을에는 역시 산을 돌아 보는 것이 좋다. 풍성한 열매와 단풍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람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도토리를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다람쥐도 서서히 겨울을 준비하겠지?
경주에서 불국사와 석굴암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이자 경주 가볼만한 관광 코스이다. 말그대로 패키지코스이다. 중요한 코스를 하나로 묶어서 입장료를 판매하는것이다. 찾는 사람에게는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돌아 볼 수 있고, 파는 입장에서는 안가도 되는 코스를 가도록 만드는 홍보의 효과가 생긴다. 사람이 이동한다는 것은 부대 수입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불국사와 석굴암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석굴암 불국사 입장료는 각각 4천원인데 주차비에서 차등이 발생한다. 불국사 주차료는 천원인데 석굴암 주차비는 2천원을 받고 있다. 비교하고 보니 그 이유가 궁금해 진다.
주차를 하고 석굴암을 보기 위해서는 산속을 걸어가야 한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기에 참으로 좋다. 그런데 한쪽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힘겨운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붙어서 간다. "다들 안쪽으로 붙으세요~"
다른 사람의 통행이 방해되어서가 아니라, 바로 낭떨어지 길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서인지 아무런 안전대책이 없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에게는 위험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도 아직 어린 아들과 동행했는데 손을 꼭 잡고 가야만 했다. 기분 좋아 뛰다가 실수로 옆으로 가는 날에는 한참 아래로 내려 갈 것이다. '다시 기어 올라 올 힘이 있을까?'라는 이상한 사상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석굴암에는 오는 길과는 정반대로 꼼꼼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해 놨다.
"접근 금지"
아무도 불상에 근접할 수 없도록 차단을 해버렸다. 그래서 솔직히 입장료 4천원이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불국사에서는 좋았는데 말이다.
경주 석굴암
아무튼 유리벽 넘어에 높이 3.48m 불상이 있지만 어떠한 위용도 느낄 수 없었다. 최소한 안으로 들어 가서 불상 옆을 원형 유리벽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도무지 안쪽의 건축 구조물을 볼 방법이 없다. 입장료 4천원이나 내고 겨우 본다는 것이 열쇠 구멍 사이로 보물을 쳐다보라고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사진도 못 찍는다. 난 원참... 본 것도 없는데 기념 촬영도 못한다. 아~ 도촬하기도 싫다.
석굴암 by Meryl Ko |
본존불 : 단 위에 우아하게 앉아 있는 부처는 명상에 잠긴 표정으로 위엄이 있다. 전체적인 균형이 완벽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이며 조각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 책에 기록된 설명을 보면, 경주 석굴암은 국보 제24호이며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록되었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잡은 석굴암은 신라 때 석불사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석굴 사원이다. 석굴암은 불국사와 함께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당시 재상인 김대성에 의해 창건되서 774년 신라 혜공왕 때 완공되었다. 그는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석굴암을, 현생의 부모를 위해서 불국사를 지었다고 한다. 석굴암 석굴은 암벽을 뚫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돌을 다듬어 쌓은 굴이다. 석굴암 내부는 사각형의 전실과 둥근 후실, 그리고 전실과 후실을 연결하는 통로인 비도로 되어 있다. 전실 앞은 커다란 유리로 막혀 있는데 유리 너머로 본존불상이 앉아 있다. 둘레의 둥근 벽을 따라 새겨 놓은 보살들의 조각도 정교하고 섬세하다. 석굴암 조각은 통일신라시대의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한국불교 예술의 대표이다. 입구에는 금강역사상을 조각했고, 좁은 통로에는 2구씩 사천왕상을 조각했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뭔가 있는 것 같다. 안으로는 10구의 얼굴과 전신이 화려하게 조각된 십일면관음보살상이 있다고 한다.
책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좁은 통로를 지나면 동해를 향해 앉아 있는 불상과 궁륭천정으로 짜여진 원형공간의 주실이 나온다. 360개의 판석으로 원형주실의 궁륭천장 등을 교묘하게 구착한 건축 기법은 세계에 유례 없다고 하는데 이 또한 볼 수가 없다. 굴 가운데는 높이 3.48m의 본존불이 있다. 설명에는 가늘게 뜬 눈, 온화한 눈썹, 미간에 서려있는 슬기로움, 금방이라도 말할 듯한 입과 코, 길게 늘어진 귀라고 되어 있지만 너무 멀고 유리에 반사되는 빛 때문에 관찰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좀 더 가까이 보려다 그만 유리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바로 뒤에는 11면관세음보살입상을 조각해 있다고 한다. 아름답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굴천장 주위에는 10개의 감실이 있다. 벽면에는 대칭을 이루도록 조각상들이 있다. 그런가 보다. 모형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이 총체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안내 책자에는 말하는데... 글쎄???
아무튼 천 년 동안이나 잘 보존되어 오던 석굴암은 일제에 의해 세 차례나 해체 복원되었는데, 석굴암의 구조가 다르게 되었고 보존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1961년 우리 손으로 다시 복원을 시작했는데 일본이 친히(?) 만들어 준 시멘트 벽 때문에 습기가 차서 환기 장치를 만들어 놓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고 있다. 아무튼 현대 기술로도 복구 할 수 없은 석굴암의 정교한 건축 기술과 솜씨... 당시의 우수한 과학성과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슬기를 엿 볼 수 있다.
석굴암의 불상을 보기 위해 아이들은 쭈구리고 앉아서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들었던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유리벽은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말 것이다. 도착해서 보는 순간 알게된다. 과거의 숨결과 지혜를 커녕 통유리의라는 현대 건축물의 위대함을 느낄 것이다. 과거와의 완벽한 단절!!!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
그렇다면 이탈리아 로마 여행에서 만난 판테온은 어떨까? 판테온은 로마여행 중에 가볼만한 곳이며,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로마의 모든 신에게 봉헌하기 위해 건축한 신전으로 그 단어를 통해 뜻을 살펴보면 판테온(Pantheon)은 전부라는 뜻을 지난 'Pan'과 신이라는 'theon'의 합성어이다.
미켈란젤로가 극찬했던 고대 로마 건축물로 원형의 돔 지붕을 가지고 있으며 가운데에는 커다란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 118~128년경에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의해 건축되었으며, 이후 609년 교황 보나파시오 4세에 의해 카톨릭 성당으로 개축하여 사용되었다.
판테온의 원형 본당의 안지름과 천장의 높이 43.2m, 벽의 두께 6.2m, 기둥 높이는 12.5m이다. 그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데 이 자연광만으로도 거대한 건물 안에는 별다른 조명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 채광의 신비로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과학적인 원리로 지었는데 구멍으로 빗물이 들어 올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부의 열기로 인해 뜨거운 공기가 빗물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적정한 크기로 구멍을 뚫었다. 적으면 어두워지고 크면 빗물이 들어 오겠지만 내가 방문했던 날에도 소나기라 퍼부었지만 바닥에는 물 한컵도 안되는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유명한 화가 '라파엘로'와 '카라치'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멋진 유적지를 들어가는데 아무런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물론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박물관도 있지만 이곳은 무료다.
석굴암 vs 판테온
둘 다 둥근 천정은 천체를 표현하고 있으며 성스러운 곳이다.
하지만 4천원의 입장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석굴암의 둥근천정은 보지도 못했다.
다음으로 살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라오콘' 조각상이다. 트로이를 함락하기 위해 고심하던 오디세우스는 목마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해안에 커다란 목마를 세우고 퇴각을 하게 되는데, 그 목마에는 병사들이 숨어 있었다. 그것을 알 수 없었던 스파이시논은 버리고 간 목마를 성 안으로 가져오면 트로이가 더욱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트로이인들을 설득하였다. 하지만 트로이의 제관이었던 라오콘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는 것을 반대했고, 칼을 꺼내 목마의 옆구를 찌르게된다. 하지만 그리스가 승리하도록 도와주고 있던 포세이돈은 두 마리의 뱀이 보내 라오콘과 그 두 아들을 죽이게 한다. 라오콘 상은 그 찰나를 조각품으로 승화시켰다. 뱀에게 감겨 막 질식당하는 라오콘과 두 아들의 마지막 고통과 격노를 고통과 격노를 표현하고 있다.
제작연대는 BC 150 ~ BC 50경으로 보고 있으며, 1500년경 농부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에는 라오콘의 팔이 없어기에 많은 사람들은 팔을 쭉 뻗었을 것이로 생각했다. 천재 미켈란젤로는 오히려 팔이 구부러졌을 것으로 주장했지만 다수의 의견을 따라 군상의 팔이 쭉 펴지게 복원했다. 그런데 나중에 팔도 발견이 되었는데... 미켈란젤로의 생각이 맞았다.
높이 2.4m의 '라오콘'상을 살펴 보는데 아무런 유리관이 없다. 다만 많은 인파로 접근하기 어려울 뿐이었다. 뭐 진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모조품이라고 해도 1:1 비율의 조각품을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위상을 앞에서 본다는 것은 참으로 황홀한 경험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고 박물관을 찾고 유적지를 가는 이유는... 느끼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석굴암은 모든 것을 막아버렸다. 한 마디로 낚인 느낌이다. 도무지 숫자에 약한 나로서는 멀리서 보이는 3.5m의 불상이 얼마나 큰지 그 위용을 알수도 느낄 수도 없다. 오히려 라오콘 상보다 더 작다는 느낌이 기억으로 남게 된다. 불상의 엄지 손가락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제대로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라오콘상에서는 그 머리카락조차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석굴암 불상 vs 라오콘상
조각품의 크기 입장료는 모두 석굴암 불상이 크고 저렴하다. 라오콘상을 보기 위해 바티칸 입장료는 비싸지만 라오콘상 이외에도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입장료가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입장료를 제외하고 크기를 비교하면 불상이 앞서지만 여행에서 직접 자로 재는 것이 아니기에... 1m 정도의 차이가 있음에도 가까이에서 본 라오콘 군상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의 대사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대겠지. 미켈란젤로?그에 대해 잘 알거야. 그의 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취향도 알지?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모를거야.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정화를 본적이 없을 테니까. 난 봤어.
또 여자에 관해 물으면 네 타입의 여자들에 관해 장황하게 늘어놓겠지. 몇 번 자 보기는 했을지 몰라도. 하지만 여자 옆에서 눈뜨며 느끼는 행복이 뭔지는 모를거야. 넌 강한 아이야.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세익스피어를 들먹이겠지? '다시 한 번 돌진하세 친구들이여!' 하지만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도움의 눈빛으로 널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 건지...
사랑에 관해 물으면 멋진 시를 읊겠지만, 한 여인의 완전한 포로가 되어 본 적은 없을 거야. 신께서 너만을 위해 보내 주신 천사로 착각하게 되지. 절망의 늪에서 널 구해 줄 천사. 또한 한 여인의 천사가 되어 영원히 사랑을 주는 법도 몰라. 무슨 일이든... 심지어 암도 이겨 내며...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땐 의사들이 면회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너는 상실감을 몰라. 너 자신보다 타인을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누굴 그렇게 사랑한 적이 없을 거야.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 보여. 하지만 넌 천재야. 누구도 부정 못해. 자네의 깊이를 이해할 사람은 없지.
그런데 그림 한 장 달랑 보곤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이 내 아픈 삶을 난도질했어.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애인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 보면 다 알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어? 솔직히 그따위 난 알 바 없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것도 없지.
책 따위에서 뭐라든 필요 없어. 우선 너에 대해서 말해야 돼. 네가 누군지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 주마.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할지 겁나니까. 네가 선택해, 윌."
"책 따위에서 뭐라든 필요 없어. 우선 너에 대해서 말해야 돼. 네가 선택해, 석굴암! 그리고 한국 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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