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표지에 누구나 한 번쯤은 낙서를 한다

 

어릴 적 교과서를 받아 오면... 교과서가 상하지 않도록 아버지는 수명을 다한 달력을 들고 와서는 하얀 뒷면이 나오도록 교과서를 감싸 주셨다. 그리고는 힘이 들어간 필체로 교과서 명을 적어주셨는데... 나중에는 비닐로 감싸주셨다. 이처럼 학년이 올라가고 교과서를 받아오면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커버를 씌우는 일이 재미있었다. 어느 순간 잘 재단이 된 보호 비닐이 문방구에서 팔았지만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주시는 것이 더욱 견고해서 좋았다. 

 

그렇게 보호 커버를 씌운 교과서에는 낙서를 할 수 없었지만... 사춘기 시절이 되면서 책 커버도 필요 없게 되었고... 교과서 표지에 낙서를 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누가 더 기발한 글자를 만들어 내는지 총성 없는 전쟁이었지만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낙서의 목적은 상대방을 그리고 나를 웃게 만들기 위함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수업에 앞서,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의식인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교과서 낙서 이미지
순함과 악함 그리고 북어가 되어 버린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 표지 제목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딸아이의 책걸이를 하기 위해 무거운 가방에서 교과서를 하나 둘 꺼냈다. 역시나 딸아이도 교과서 표지에 낙서를 멈출 수 없었나 보다. 제목에 덧칠해서 바꾼 교과명을 한참을 바라보며 나의 아버지가 아른거리고, 사춘기 시절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친구들과 함께 키득키득 웃었을 딸아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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