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작품 프라하의 묘지 중에 묘사된 유대인
유대인들, 그들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곤 그저 내 할아버지가 나에게 가르쳐 주신 것밖에 없다. 할아버지는 내게 이르셨다. [그들은 신을 믿지 않는 민족의 전형이니라. 행복은 저승이 아니라 이승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삶의 바탕으로 삼고 있지. 그래서 오로지 이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다.]
내 어린 시절은 유대인들의 유령 때문에 음울해지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묘사에 따르면, 우리를 염탐하는 그들의 눈은 우리를 질리게 할 만큼 위선적이고, 미소는 끈적끈적하며, 하이에나를 닮은 입술은 이빨이 드러나도록 위로 말려 올라가 있고, 눈빛은 투미하고 탁하고 멍하며, 코와 윗입술 사이에는 언제나 증오심과 불안감을 드러내는 주름이 잡혀 있고, 코는 남반구에 사는 어느 새의 흉측한 부리를 닮았으며...... 눈알, 아, 그 눈알을 볼작시면...... 구운 빵 빛깔의 눈동자에 신열이 오른 챌로 뒤룩거리면서 간에 병이 있다는 것을, 다시 말해서 1천 8백 년을 이어 온 증오심에서 비롯된 분비물 때문에 간이 썩어 버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 눈을 자꾸 찡그림으로써 눈가에 자글자글하게 생겨나는 잔주름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유대인은 스물 살만 되어도 벌써 늙은 이처럼 시들해 보인다. 그들의 눈웃음을 칠 때면 부풀어 오른 눈꺼풀이 반쯤 감기면서 보일 듯 말 듯 가느다란 선을 남기는데, 혹자는 그것을 교활함의 증표라고 말하나 하랑버지는 음욕의 증표라고 분명히 이르셨다. 내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성장했을 때, 할아버지는 다시 일깨워 주신 바에 따르면, 유대인은 에스파냐 사람처럼 허영심이 강하고, 크로아티아 사람처럼 무지하며, 집시처럼 뻔뻔하고, 영국인처럼 더러우며, 칼미크 사람처럼 기름기가 많고, 프로이센 사람처럼 오만하며,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 사람처럼 험담을 잘할 뿐만 아니라, 발정을 억누르지 못해 간통을 쉽게 저지른다 - 그 주체할 수 없는 발정은 할례에 기인한 것으로서, 돌출물의 끄트머리 살 가죽을 끊어 내는 할례는 크기가 왜소한 것에 비해 해면체가 발달하는 괴이한 불균형을 야기함으로써 그들이 더욱 쉽게 발기하도록 만든다.
- 프라하의 묘지, 움베르토 에코, p.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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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에 유대인을 묘사한 부분이다. 반유대인 주의자도 아니고, 유대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흘리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그들 민족에게 닥친 아픔과 고통이 존재했고,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변의 시선이 그들을 곱게 보지 않았다. 당시 유대인에 대한 시각과 인식들을 엿볼 수 있는 글 같아 옮겨 보았다. 부디 유대인에 대해 오해가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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