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 예배당] 발걸음 - Cappella Sistina를 향해
"이런"
어제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그 동안의 여정이 힘들었던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호텔 아침 시간도 끝날 무렵에서야 겨우 일어났다. 이미 바닥에 흘러 내린 이불을 들어 올리면서 침대 난간에 걸터 앉았다. 게으름에 대한 댓가는 어김없이 후회로 밀려왔다.
'어제 그 일정을 소화했어야 했는데... 아니 아니, 좀 더 비용이 들더라도 바티칸에 숙소를 잡았어야 했는데'
옆에는 영원한 여행의 동반자 아내와 아들이 곤히 자고 있다. 어지럽게 벗어 놓은 흰 색 운동화는 그 빛깔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가방은 그대로 유모차에 걸린체 밤새 힘들게 있었다. 동전과 지갑 그리고 물병이 어지럽게 테이블에 흩어져 있었다.
'그래도 깨워야 겠지? 이 여행도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곳에 온 이유는 단순했다. 때로는 단순함이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너무나 단순, 명료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할 시간 조차도 없이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힘든 상황 가운데 있던 우리 가족을 이끌었다. 거장의 작품을 통해 뭔가 얻고자 했던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출발.
늦었지만 서둘렀다. 하지만 마음뿐 아무도, 아무것도 따라 주지 않는다. 지하철 역에서 들어 서면서 어제 이미 여러번 책과 지도로 답사를 했지만 머리가 백지장이다. 가방에서 허둥 지둥 지도를 펴들고, 익숙하지 않는 길들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다 놨다 표지판과 지도를 연신 반복한다.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네이게이션 기능을 사용하면 편했을 텐데... 그 좋은 문명의 기계들을 뒤로 하고 이 무슨 지도람. 연신 이렇게 서둘러야 했던 이유들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다시 화가 치밀었다.
사실 숙소를 나오기 전부터 화가 난 있던 상태였다. 혼자서 여행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 계획, 비행기 표를 구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지도를 숙지해야 하고 방문하는 곳에 대한 지식도 알고 있어야 했다. 그것들을 준비 하려면 고단한 일정에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미 예약한 숙소에 대한 불만이 터지기라도 하면 미안함 보다는 혼자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함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왜 이런 생 고생을 하지? 자기가 준비하지?'
"더 꾸물거리지 말고 일어 나야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당신은 뭐하는 거야! 지금까지 자면 어떡해!"
"내가 일부러 그랬나? 피곤하니까 그렇지."
"아 그만해... 서둘러 시간 없어."
"밥은...?"
"밥은 무슨? 시간 없어..."
"얘는"
"당신이 가서 빵 싸오든지..."
"......"
유모차를 들어 줘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내는 뒤에 처져서 따라 오고 있었다. 그 적막한 상황을 무마한 것은 역시나 아들 요엘이었다. 비둘기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요엘은 빵을 그대로 들고 있었다.
- http://www.joysf.com/files/attach/images/2044932/486/202/004/world.jpg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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