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게토에 이 묘지가 생긴 것은 중세때였는데, 게토의 유대인들은 애초에 허가된 테두리를 벗어나 묘지를 확장할 수가 없었던 터라 수백 년 동안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쓰는 식으로 약 10만 구의 시신을 여기에 묻었다. 그에 따라 비석들은 갈수록 빼곡하게 들어차서 서로 등을 기댈 지경에 이르렀고, 유대인들이 화상을 두려워하는 탓에 초상화 하나 새겨져 있지 않은 비석들에는 그저 딱총나무의 검은 그림자만 드리워 있었다. 아마도 판화가들은 묘지의 기이한 풍광에 매료되었을 것이고, 이 비석의 버섯밭을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휘어지는 황야의 관목처럼 묘사함으로써 그 음산한 분위기를 과장했으리라. 그들의 판화를 보면 이 묘지는 늙은 마녀가 입을 크게 벌려서 흉측한 이빨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상력이 더 풍부한 판화가들은 묘지에 달빛이 비친 광경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나는 그 판화들 덕분에 마녀 집회를 연상키시는 그런 분위기를 활용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거기에 유대교 랍비들이 모여 있는 광경을 상상했다. 비석들은 마치 지진이 일어나서 포석들이 삐죽삐죽 솟아오른 것처럼 이리저리 기울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랍비들이 외투로 몸을 감싸고 두건으로 머리를 가친 차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모두가 희끗희끗한 염소수염을 길렀고 몸이 구부정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몸을 기대고 있는 비석들처럼 비스듬하게 선 채로 음모를 꾸미는 데 몰두해 있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유령들이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라. 그들의 한복판에는 랍비 뢰브의 무덤이 있으니, 이 랍비는 모든 유대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진흙으로 골렘이라는 괴물을 창조했다는 바로 사람이다.


 - 프라하의 묘지, 움베르토 에코, p. 326~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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